시(詩)/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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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지심도(只心島)시(詩)/홍해리 2016. 7. 26. 12:29
저 흐드러진 꽃 다 지고 나면 가슴속 기슭마다 산사태 나겠네 어이 둥둥 떠서 어디로 흘러갈거나 행탁 하나 달랑 메고 길 떠나고 싶네. 마음속 지대방을 나서면 천지가 내 것 가지 못하고 마음만, 마음만, 할 양이면 뜻밖에 만나는 풍경 밖으로 뜬금으로 값해 주고 한없이 가리 지심도, 只心島를 찾아서! 지심도 :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一運面) 지세포리(知世浦里)에 딸린 섬으로,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을 이루어 동백섬이라고 불린다.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진 해상에 있으며, 면적은 0.356㎢, 해안선길이는 3.7㎞, 최고점은 97m이다. 섬 전역에 동백나무·소나무·유자나무·후박나무 등 37종에 이르는 수목과 식물들이 자라는데, 멀리서 보면 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숲과 같다. 특히 동백나무가 전체 면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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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선운사에서시(詩)/홍해리 2016. 2. 2. 17:47
눈 내린 선운사 동백숲으로 동박새들 모여서 재재거리고 눈 위에 반짝이는 겨울 새소리 도솔암 오르는 길을 따라서 낭랑하게 선문답하는 개울 물소리 은빛으로 반짝반짝 몸을 재끼는 솔잎 사이 바람이 옷을 벗는다 암자엔 스님도 보이지 않고 풍경소리 홀로서 골을 울린다 온 세상이 눈에 덮이고 나니 이것이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늦잠자던 색시들 동백장 색시들 봄에 오마 약속하고 떠나버린 잊혀진 듯 고요한 사하촌 하늘 종일토록 눈은 내려 산하를 덮고 텅 빈 적막 속에 잠든 겨울 꿈 깨앨까 마알까 하는 2월말 이따금 드나드는 찻소리까지 눈에 덮여 눈에 보이지 않고. (그림 : 강종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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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섬에 가면시(詩)/홍해리 2016. 2. 2. 17:40
섬에 가면 섬처럼 아름다운 비밀을 품고 섬이 되어 사는 사람이 있다 너무 아름다워 남에게 말할 수 없고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 밤마다 꿈은 그 비밀을 안고 하늘까지 솟구치고 그때마다 진주를 기르는 조개처럼 바람의 말 파도의 말로 꽃피우는 섬이 있다 아침이면 바다가 섬보다 먼저 잠깨어 안개를 피워 섬을 감싸고 한평생 반딧불처럼 품고 살아갈 고운 비밀을 닦아 주느니 그리움은 반짝반짝 빛나는 문법 영혼의 빈 들판을 홀로 헤매이다 살 속에 뼛속에 비밀의 집을 세운다 가끔 바다가 해일을 몰고 와서 그 집을 덮치기도 하고 갈매기 떼로 몰려와 우짖어대는 섬에 가면 섬처럼 아름다운 비밀을 품고 섬이 되어 사는 사람이 있다 (그림 : 채기선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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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상사화 (相思花)시(詩)/홍해리 2015. 10. 30. 13:33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 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것을 상사화 (相思花) :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꽃말 : 이룰수 없는 사랑) 한국이 원산지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 모양이고 지름이 4∼5cm이며 겉이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다. 꽃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가 50∼70cm이며 약간 굵다. 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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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짧은 생각시(詩)/홍해리 2015. 10. 30. 13:25
그리움은 꼬리가 길어 늘 허기지고 목이 마르니 다 사릴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야! 실처럼 금처럼 실금실금 기우는 햇살 같이나 우리는 하릴없이 서성이며 가슴에 울컥울컥 불이나 토할 것이냐 우도 바닷가 갯쑥부쟁이 겨우내 바다를 울리는 연한 보랏빛이나 갑도 절벽의 푸른 난을 기르는 맑은 바람의 눈물빛 울음이거나 파랑도의 파란 하늘을 밝히는 파도의 연연한 이랑이랑아 난의 하얀 향을 뿜어 올리는 고운 흙의 따순 가슴을 보아라 흔들릴 적마다 별이 뜨지 않느냐 그리움아, 하얀 그리움아, 눈이 먼 사람에겐 멀지 않은, 그리움은 허공에 반짝이는 섬이거니 간다 간다 휘적휘적 그 섬 찾아서 (그림 : 정병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