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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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겨울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시(詩)/신달자 2022. 12. 27. 10:57
눈 덮힌 겨울 들판을 건너 온 바람이 내 집 노크를 했다 내가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문은 저절로 열렸고 바람은 아주 여유 있게 익숙하게 거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내 집에 왔냐고 물었더니 여기 겨울 들판 아닌가요? 겨울 들판만 나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왕 오셨으니 따뜻한 차 한 잔 바람 앞에 놓았더니 겨울 들판은 겨울 들판만 마신다고 한다 말이 잘 통했다 처음인데 내 백 년의 삶을 샅샅이 잘 알고 겨울 들판을 물고 와 겨울을 더 길게 늘이고 있다 차가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고 봄을 부르는 힘이라고 적어 놓고 갔다.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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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바람의 생일시(詩)/신달자 2020. 4. 14. 14:04
개조개를 넣고 미역국을 끓이는 오늘은 바람의 생일 삶은 계란 두 개 명란젓 두 개 소고기 완자를 한 접시 차리니 양수리 물 위를 걸어 내 집으로 오는데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안개로 얼굴을 싸고 슬며시 비밀처럼 날아든 바람 달 밝은 양수리 강가 머리카락을 날리며 내 두 볼을 감싸던 다정한 바람 생일상 차려 주고 싶다고 덥석 내 뭉클한 외로움이 약속한 그 바람이 다시 은근하게 붉은 속살의 언어로 내 식탁에 앉는 봄꿈의 한 찰나. (그림 : 김윤경 화백) Happy Birthday Variations, for orchestra Kremerata Baltica Gidon Kremer (Vi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