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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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약속의 별시(詩)/유안진 2020. 12. 1. 16:01
Ⅰ 몹시 외롭고 쓸쓸해지는 때는 걸어온 옛길로나 돌아가게 되나봅니다 못내 초라하고 서글퍼지는 때에도 보물찾기하듯 그 길섶을 뒤적이게 되나봅니다 긴긴 겨울밤 얼어붙은 깜깜 하늘에는 왠지 낯익은 듯 눈물 머금은 별 하나 물끄러미 시선을 맞추다가 까맣게 잊고 살아왔습니다 약속 하나, 언약 하나, 맹세 하나를 Ⅱ 내 어려서 철없던 꼬맹이적에 심심해서 별이나 헤아리며 혼자 놀던 어느 밤에 문득 아름다운 별 하나에 넋이 빠져 단박에 나의 별로 점찍었습니다 「이제부터 너는 내 별 이담에 나도 너처럼 빛날 거야」 턱을 괸 두 손 풀고 발딱 일어서며 나 혼자 중얼거려 약속했습니다 그 별도 기뻐서 더 크게 더 밝게 빛났습니다 그 이름은 놀림말로 개밥바라기라고 하지만 초저녁엔 금성이고 장경성(長慶星)이고 태백성(太百星)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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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코의 화법시(詩)/유안진 2019. 4. 7. 11:03
할말 다 하며 사는 아무도 없지 대들어 따지지 못하고 번번이 삼켜야했던 잠자면서 내뱉는 깊은 속 깊은 사정 짚어지고 말고 잠 못 드는 밤일수록 누구도 대신 불러줄 수 없는 자장가를 스스로 불러주며 제 자신을 잠재우는 외로움도 알만하고말고 사노라 아첨도 거짓도 담아낸 입이 아닌 입의 이웃이 대변해주는지 날 새는 줄 모르고 열심스런 고백성사이겠지만 누구나 제몫의 고독은 스스로 해결하며 살지만 눈의 언어 눈물처럼 손짓발짓 언어처럼 때로는 입보다는 코의 말이 더 아프고 눈물겨웁지만 나 모르는 암호와 외계어방언이 나의 고백성사가 되지 못하는 우리는 따로몸 나의 자장가도 되지 못하는 따로마음의 나는 이 밤도 너무 너무 힘들어. (그림 : 최정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