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문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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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바다에 와서시(詩)/문효치 2020. 1. 13. 17:40
꿈에 본 얼굴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여 여기 왔더니 그리운 얼굴은 보이지 않고 파랗게 멍든 네 가슴만 보이는구나. 출렁거리는 가슴을 풀어 헤치고 심연의 밑창에서 자아 올라오는 비린내 낭자한 울음만 있구나. 내가 달려오는 지름길을 그님은 구름따라 비끼어 가고 바위에 부딪쳐 구슬로 끓다가 석양에 쏟쳐 내리는 가슴만 있구나. 꿈에 본 얼굴이 하도 그리워 저무는 하늘에 대어 노래 불러도 노래는 가랑잎으로 부서져 내리고 황폐한 바람만 입안에 씹히는구나. (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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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모데미풀시(詩)/문효치 2016. 7. 23. 11:46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하늘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아도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웃음 짓는다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모데미풀 : 지리산 이북 높은 산에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특성은 상대습도가 높은 곳이나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키는 20~40㎝ 정도이며, 잎은 긴 잎자루에서 3개로 갈라지며, 잎자루가 짧고 2~3개로 깊게 갈라진 다음 톱니가 생기거나 다시 2~3개로 갈라지며, 양면에 털이 없고 톱니 끝이 뾰족하다. 꽃은 백색으로 지름이 2㎝ 정도이며 꽃줄기가 1개 나와 상층부에 꽃이 1개 달리고, 길이는 5㎜ 정도이다. 열매는 7월경에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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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풀에게시(詩)/문효치 2016. 5. 11. 12:25
시멘트 계단 틈새에 풀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영양실조의 작은 풀대엔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맺혀 살랑거린다 비좁은 어둠 속으로 간신히 뿌리를 뻗어 연약한 몸 지탱하고 세우는데 가끔 무심한 구두 끝이 밟고 지날 때마다 풀대는 한번씩 소스라쳐 몸져눕는다 발소리는 왔다가 황급히 사라지는데 시멘트 바닥을 짚고서 일어서면서 그 뒷모습을 본다 그리 짧지 않은 하루해가 저물면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별빛을 받아 숨결을 고르고 때로는 촉촉이 묻어오는 이슬에 몸을 씻는다 그 생애가 길지는 않을 테지만 그러나 고운 목숨 하나 말없이 살랑거린다 (그림 : 한부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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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 공산성의 들꽃시(詩)/문효치 2016. 1. 10. 09:17
이름을 붙이지 말아다오 거추장스런 이름에 갇히기 보다는 그냥 이렇게 맑은 바람 속에 잠시 머물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즐거움 두꺼운 이름에 눌려 정말 내 모습이 일그러지기보다는 하늘의 한 모서리를 조금 차지하고 서 있다가 흙으로 바스라져 내가 섰던 그 자리 다시 하늘이 채워지면 거기 한 모금의 향기로 날아다닐 테니 이름을 붙이지 말아다오 한 송이 ‘자유’로 서 있고 싶을 뿐. 공주 공산성(公州 公山城 ) : 충청남도 공주시 성내로 86-80(산성동 2) 백제시대 축성된 산성으로 백제 때에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475년(문주왕 1) 한산성(漢山城)에서 웅진(熊津)으로 천도하였다가, 538년(성왕 16)에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5대 64년간의 도읍지인 공주를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