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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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시(詩)/김선우 2019. 7. 12. 13:19
자전거 바퀴 돈다 바퀴 돌고 돌며 숨결 되고 있다 풀 되고 있다 너의 배꼽에서 흐르는 FM되고 있다 실개천 되고 있다 버들 구름 되고 있다 막 태어난 햇살 업고 자장가 불러주는 바람 되고 있다 초록빛 콩꼬투리 조약돌 되고 있다 바퀴 돌고 돌며 너에게 가는 길이다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인 아침 부스러기 시간에서도 향기로운 밀전병 냄새가 난다 밀싹 냄새 함께 난다 기운차게 자전거 바퀴 돌린다 사랑이 아니면 이런 순간 없으리 안녕 지금 이 순간 너 잘 존재하길 바래 그다음 순간의 너도 잘 존재하길 바래 자전거 바퀴 돌리는 달리아꽃 빨강 꽃잎 흔들며 인사한다 다음 생에 코끼리 될 꿀벌 자기 몸속에서 말랑한 귀 두짝 꺼낸다 방아깨비들의 캐스터네츠 샐비어 꿀에 취한 나비의 탭댄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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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어라연시(詩)/김선우 2016. 4. 12. 20:58
강원도 정선 어라연 계곡 깊은 곳에 어머니 몸 씻는 소리 들리네 ㅡ자꾸 몸에 물이 들어야 숭스럽게스리 스무살모냥…… 젖무덤에서 단풍잎을 훑어내시네 어라연 푸른 물에 점점홍점점홍 ㅡ그냥 두세요 어머니, 아름다워요 어라연 깊은 물 구름꽃 상여 흘러가는 어라연에 나, 가지 못했네 어라연 : 강원도 영월군 거운리(巨雲里) 동쪽인 만지나루터 위에 있다.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三仙岩)가 푸른 물속에 진주처럼 틀어박혀 있고 기암절벽 사이로 솟아난 소나무들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목화를 감상하는 느낌마저 주는 곳이다. 옛날 이곳에 어라사(於羅寺)라는 절이 있었으므로 '어라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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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대포항시(詩)/김선우 2016. 4. 12. 20:56
항구에 막 닿은 '대양호'에서 아낙이 제 키만한 방어를 받아 내렸다 활처럼 몸을 당긴 등 푸른 아침 바다가 지느러미를 퍼덕거리며 물방울을 쏘아 올리는 사이 환한 비린내, 아낙의 아랫배를 지나 내 종아리까지 날아와 박힌 푸른 물방울 화살촉을 조심스레 뽑아 든다 손금 위에 얹힌 물방울 하나 속에서 수천의 방어떼가 폭풍처럼 울고 오냐 오냐 아낙이 큰 칼을 들어 방어의 은빛 아가미를 내리쳤다 오냐, 내가 너를 다시 닿으리라. 아낙이 등 푸른 물 속으로 치마를 걷으며 들어가면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수천 마리 은빛 방어들이 정오의 태양으로 헤엄쳐 간다 항구에 남겨진 그 여자들의 눈부신 비늘 몇 낱. 대포항 : 강원도 속초시 대포항1길 6-13 (대포동) (그림 : 이종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