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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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 무궁화시(詩)/박두진 2019. 10. 12. 09:26
빛의 나라 아침 햇살 꽃으로 핀다. 머나먼 겨레얼의 굽이쳐 온 정기, 밝아라 그 안의 빛살 은은하고 우아한, 하늘 땅이 이 강산에 꽃으로 핀다. 초록 바다 아침 파도 물보라에 젖는다. 동해, 서해, 남해 설램 오대양에 뻗치는, 겨레 우리 넋의 파도 끓는 뜨거움, 바다여 그 겨레 마음 꽃으로 핀다. 무궁화, 무궁화, 낮의 해와 밤의 달 빛의 나라 꿈의 나라 별의 나라 영원한 겨레 우리 꿈의 성좌 끝없는 황홀, 타는 안에 불멸의 넋 꽃으로 핀다. 그 해와 달 별을 걸어 맹세하는 우리들의 사랑, 목숨보다 더 값진 우리들의 자유, 민주, 자주, 균등, 평화의 겨레 인류 꿈, 꽃이여 불멸의 넋 죽지 않는다. (그림 : 정미례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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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 어서 너는 오너라시(詩)/박두진 2017. 7. 20. 09:40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이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도꽃도 아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묻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 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서른 가락도 너는 못 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츰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 높여 불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여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이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나던, 막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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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 고향(故鄕)시(詩)/박두진 2014. 6. 27. 00:06
고향(故鄕) 이란다. 내가 낫 자라난 고향(故鄕) 이란다. 그 먼, 눈 날려 휩쓸고, 별도 얼어 떨던 밤에, 어딘지도 모르며 내가 태여 나던 곳, 짚자리에 떨어져 첫소리치던, 여기가 내가 살던 고향(故鄕) 이란다. 청룡산(靑龍山) 옛날같이 둘리워 있고, 우러르던 예 하늘 푸르렀어라. 구름 피어 오르고, 송아지 울음 울고, 마을에는 제비 떼들 지줄대건만, 막쇠랑, 북술이랑, 옛날에 놀던 동무 다 어디가고, 둘 이만 나룻 터럭 거칠어졌네. 이십년(二十年) 흘렀는가, 덧 없는 세월(歲月)..... 뜬 구름 돌아 오듯 내가 돌아 왔거니, 푸른 하늘만이 옛처럼 포근 해 줄뿐, 고향(故鄕)은 날 본듯 하여,...... 또 하나 어디엔가 그리운 고향(故鄕), 마음 못내 서러워 눈물져 온다. 엷은 가을 볕. 외로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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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 돌의 노래시(詩)/박두진 2014. 3. 20. 19:06
돌이어라. 나는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종일을 잠잠하는 돌이어라.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나만 혼자 이 꼭지에 앉아 있게 하고 언제였을까. 바다는 저리 멀리 저리 멀리 달아나 버려 손 흔들어 손 흔들어 불러도 다시 안 올 푸른 물이기 다만 나는 귀 풍겨 파도 소릴 아쉬워할 뿐. 눈으로만 먼 파돌 어루만진다.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 오르라. 먼 위로 어둑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거려 날아 오르라. 밤이면 달과 별 낮이면 햇볕. 바람 비 부딪치고, 흰 눈 펄펄 내려 철 따라 이는 것에 피가 감기고, 스며드는 빛깔들 아룽지는 빛깔들에 혼이 곱는다. 어느 땐들 맑은 날만 있었으랴만, 오 여기 절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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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 청산도(靑山道)시(詩)/박두진 2014. 1. 7. 09:30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 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걷넌 자리 씻기는 하늘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고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