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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두진 - 돌의 노래
    시(詩)/박두진 2014. 3. 20. 19:06

     



    돌이어라. 나는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종일을 잠잠하는
    돌이어라.

    밀어 올려다 밀어 올려다
    나만 혼자 이 꼭지에 앉아 있게 하고
    언제였을까.
    바다는
    저리 멀리 저리 멀리
    달아나 버려

    손 흔들어 손 흔들어
    불러도 다시 안 올 푸른 물이기
    다만 나는
    귀 풍겨 파도 소릴
    아쉬워할 뿐.
    눈으로만 먼 파돌
    어루만진다.

    오 돌.
    어느 때나 푸른 새로
    날아 오르라.

    먼 위로 어둑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하늘이 와 스미면
    어느 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 새로 파닥거려
    날아 오르라.

    밤이면 달과 별
    낮이면 햇볕.
    바람 비 부딪치고, 흰 눈
    펄펄 내려
    철 따라 이는 것에 피가 감기고,
    스며드는 빛깔들
    아룽지는 빛깔들에
    혼이 곱는다.

    어느 땐들 맑은 날만
    있었으랴만,
    오 여기 절정.
    바다가 바라뵈는 꼭대기에 앉아.
    하늘 먹고 햇볕 먹고
    먼 그 언제
    푸른 새로 날고 지고
    기다려 산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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