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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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접동새시(詩)/김소월 2014. 2. 8. 12:26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민담(民譚)의 시화(詩化), 민요 율격의 도입, 시어의 토착성, 민요적 짜임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5연의 민요조 서정시. 아홉 오랍(여자가 자기 남동생을 일컫는 말) 동생을 두고 의붓어미 시샘에 죽은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이의 혼이 접동새가 되어 진두강 앞 마을로 날아와 운다는 민담을 수용하여 형제간의 지극한 사랑과 육친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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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 옛이야기시(詩)/김소월 2013. 12. 19. 20:09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 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 (그림 : 박연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