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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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잎시(詩)/장석남 2023. 4. 14. 01:17
어여쁘고 어여쁘도다 숨도 몇 번은 크게 내쉬어 눌러서야 가지런해지던 지난 봄 이야기야 하여서 무엇 하리 무엇 해! 너와 손잡던 그 햇빛을 그래도 한 번은 더! 새로 보는 추억처럼 어여쁘고 어여뻤어라 새 잎 날 때 저 떡갈나무, 느티들 어여쁨이 초록이 되어 시간의 시퍼런 여울일 때 그 그늘의 청담(淸談)을 잊을 수는 없어라 그렇지, 그렇지 하던 입술과 치열(齒列)들 하긴 연두를 이긴 말들이라니! 헌데 지금 마당가에 앉아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하며 쓸리는 나뭇잎들 내 두 귀마저 떨어뜨려서는 마당에 주고 나서 한참 만에야 트이는 명오(明悟) "그렇지, 그렇지 않지." (그림 : 남진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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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소래라는 곳시(詩)/장석남 2018. 12. 29. 10:38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붉은 얼굴로 뭉클하게 옆구리에서 만져지는 거기 바다가 문병객처럼 올라오고 그 물길로 통통배가 텅텅텅텅 텅 빈 채 족보책 같은 모습으로 주둥이를 갖다댄다 잡어떼, 뚫린 그물코, 텅 빈 눈, 갈쿠리손, 거품을 문 게 풀꽃들이 박수치는지 해안 초소 위로 별이 떴다 거기에 가면 별이 뜨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별에 눈맞추며 덜컹대는 수인선 협궤열차에 가슴을 다치지 않으려면 별에 들키지 않아야 한다 가슴에 휑한 협궤의 터널이 나지 않으려면 (그림 : 김정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