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장석남
-
장석남 - 수묵(水墨)정원 5 -물의 길시(詩)/장석남 2014. 1. 28. 21:55
바다에 나가는 수많은 길들 중에 내가 택한 길은 작은 냇물을 따라가는 길이었네 내가 닿는 바다는 노인처럼 모로 누운 해안선의 한모퉁이였네 나를 내려놓고 길은 바닷속으로 잠겨들어가버리곤 했네 그러면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어둠이 되곤 했네 어둠을 이고 서 있는 소나무가 되어버리곤 했네 누군가 왜 그런 길을 택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네 발을 다치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지만 그것이 대답이 될 수는 없다네 누군가 더 묻지 않은 것 참 다행이네 (그림 : 김현우 화백)
-
장석남 - 빈 마당을 볼 때마다시(詩)/장석남 2014. 1. 15. 14:51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그림 : 오견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