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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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밀물 썰물시(詩)/김완하 2022. 9. 6. 21:23
밀물이 그리울 때 있었다 둘러보아도 어디 빈 곳 없는 만조의 물이랑 앞에서 이렇게 가득한 게 생일까 묻던 때가 있었다 하늘과 바다 반반으로 닿아 서로를 여는 수평선 앞에서 나는 자주 파도에 젖곤 하였다 그 후, 가끔 썰물이 그리울 때 있었다 너와 나의 욕심 한순간 거두어 보내고 싶던 때 하루 한 번씩 비우고 채우는 바다처럼 나 깊어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서해 갯벌의 발자국마다 간조 위에서 만조를 만조 위에서 간조를 그리워하던 내가 숨쉬고 있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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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공세리성당에서시(詩)/김완하 2018. 6. 17. 11:51
점심을 먹고 햇살이 따가워 주차장 매실나무 아래로 들었네 굵은 매실 몇 알이 툭, 툭 땅을 두드리며 안부를 전했네 튕겨진 매실이 바닥에 닿기 전 그늘은 아래로 깔리어 그 소리를 깊이 감싸 안았네 매실나무는 제 품을 펼치어 그늘에게 말을 걸었네 그늘 위에는 또 다시 매실의 잎이 제 가슴을 부려놓았네 구름도 그늘을 포개어 놓고 바람은 슬며시 어깨를 문지르고 있었네 개미가 기어가는 길 위로 언젠가 떠난 발자국이 찾아와 있었네 매미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매실 가지는 제 어깨를 넓혀놓았네 공세리성당 : 1895년에 설립된 가톨릭성당이다. 주보성인은 성 베네딕토.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에 있으며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대전교구에서는 가장 먼저, 한강이남에서는 5번째로 세워졌다. (그림 : 안종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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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 - 서해 낙조시(詩)/김완하 2018. 5. 11. 18:09
그대 그리운 날은 서해로 간다 오가는 길과 길 사이로 초록빛 그리움 안고 달리면 내 안으로 나무 하나 깊이 들어선다 계절마다 하늘 바꿔 이는 저 느티나무도 한 생을 이렇듯 푸르게 드리우지 않는가 참매미 쓰르라미 숨찬 울음소리에 산과 강 뜨겁게 열리고 불볕 속에서도 길은 서해로 달린다 십리포, 만리포에 이르러 제 가슴 한쪽을 여는 바다 짙은 쪽빛 껴안고 섬 하나 키운다 파도는 몇 번의 물때를 바꾸며 생의 바튼 숨길 씻어 내린다 파도소리에 귀먹은 모감주나무 수천 번 푸르름 길어 올리고서야 제 가슴에 능소화 몇 송이 붉게, 붉게 꽃잎 틔운다 서해, 하루는 붉게 달아올라 큰 바다 비로소 받아 안는 해의 몸 길에서 바다로, 다시 파도 속으로 너에게로 오롯이 이어져 가슴속에 등불 하나 살아 오른다 (그림 : 장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