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상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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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보릿고개시(詩)/상희구 2019. 6. 8. 14:05
배는 고파 죽겠는데 서산에 해는 안주 짱짱하다 엄마가 저녁 이아 물 양으로 보리죽 한 사발을 실겅우에 유롬해 논 거를 내가 밨는데 해는 여죽지 빠질 기척도 안하고 자꼬 배미리기만 해쌓는다 안주 : 아직 저녁 이아 물 양으로 : 저녁끼니로 쳐서 먹을 작정으로의 뜻이 있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 어머니들의 끼니 걱정은 정말 눈물겨웠다. 곡식이 귀하니 으레 감자나 고구마, 호박 따위를 끼니 대용식(代用食)으로 하곤 했는데 이럴 때는 "야들아 고구마가 저녁 이데이, 나죙에 저녁밥 돌라 카지마 레이" 하시면서 다짐을 받곤 했다 유롬해 논 거를 : 갈무리해 놓은 것을 여죽지 : 아직도 배미리기 : 아기가 기기 전 배로 밀어서 움직이는 것(느리게 움직이는 행태) * 보리죽은 엄마가 저녁끼니로 먹을 작정으로 애써 마련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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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무태(無怠)시(詩)/상희구 2019. 6. 8. 13:38
새들은 무태서 많이 운다 팔조령(八助嶺)넘어온 새가 지산(池山) 범물(凡勿) 지나 잡쌀고개께를 휘돌아 가서는 검다이(檢丹) 배자못가에서 울거나 무태서 많이 운다 바람은 무태서 많이 분다 요동(遼東)에서 신의주를 넘어온 바람이 왜관 석전(石田)지나 칠곡(漆谷) 가산(架山)에서 불거나 팔달교(八達橋)께에서 휘돌아 가서는 무태, 동변(東邊) 서변(西邊)에 와서 많이 분다 꽃은 무태서 많이 핀다 민들레 할미꽃 꽃다지 패랭이 참꽃 따위야 대구 아무데서나 지천이지만 거의가 노곡(魯谷) 조야(助也) 어름인 무태서 많이 핀다 무태 : 대구 북단에 있는 전원마을. 끝없이 모래사장이 펄쳐져 있었으며 풍광이 아주 빼어난 곳이다 고려시대 팔공산(八公山) 전투때 왕건(王建)의 군사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때에 태만(怠慢)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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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시머리다리(新川橋)시(詩)/상희구 2019. 6. 8. 12:43
-보이소, 달성공원 쪽으로 갈라카마 어데로 가마 대능교? -요쪽으로 패내기 가서 시머리다리를 찾어소 거라고 거게서 새로 물어보소 -보소, 북문시장으로 갈라카마 어데로 가마 대능교? -저쪽 호무래이를 돌아, 패내기 가서 시머리다리를 찾어소 거라고 거게서 또 물어보소 시머리다리 밑, 맑은개천에서 여인네들 곧잘 머리 감곤 하던 시머리다리(新川橋) : 동인동 (東仁洞) 끝에서 신천동(新川洞)을 잇는 신천(新川)을 관통하는 다리 시머리란 말에서 시는 시내(개천) 혹은 시내(市內)의 줄임말일 것으로생각되며 머리라는 말은 들머리, 혹은 초입(初入)이라는 의미로 곧 시내로 들어오는 '들머리의 다리' 아니면 '개천 들머리의 다리'라는 의미가 아닌가 한다. 옛날에는 목조로 된 작은다리 였어나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시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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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동촌(東村) 큰고개시(詩)/상희구 2018. 5. 25. 11:57
가물가물 동촌 큰고개 아침 무운지 얼매나 댔다고 벌시로 배가 고푸노 가물가물 동촌 작은고개 엄마 자아 간 지 얼매나 댔다고 벌시로 엄마 보고 싶노 심이사 들지마는 큰고개 작은고개만 넘어가마 만장(萬丈) 금호강(琴湖江)이 흐리제 동촌(東村) 큰고개 작은고개 : 동촌이란 처음, 이름 그대로 대구의 동편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동촌으로 불리워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고착화 되어 그냥 동촌 동촌하면서 부르곤 했다. 대개 대구시 동구 지저동 입석동 동촌동 검사동 일원에 걸쳐 있다 동촌(東村) 큰고개, 작은고개라는 지명은 동촌 바로 못 가서 큰 고개 작은 고개를 지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동촌(東村) 큰고개, 작은고개라는 지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옛날 대구역을 기준으로 동촌까지는 10여 리 길이었는데 어릴 때의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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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잡살고개시(詩)/상희구 2018. 5. 25. 11:30
고개에서 이쪽으로 내려오면 성내(城內)로 들어가고 저쪽으로 내려가면 촌동네로 간다 이족에는 철공소와 관공서와 시장이 있고 저쪽에는 과수원과 연못이 있고 미나리꽝이 있고 특히 파밭이 많다 고개 언덕바지에는 사람들이 많이 쉬는 쉼터가 있는데 여기서 이쪽저쪽의 사람들이 자주 만난다 이쪽 사람들은 교통이 날로 번잡하니 사람들의 인심이 날로 사납니 해쌓고 저쪽 사람들은 마늘농사를 망쳤느니 고추가 말라버렸느니 해쌓는다 이 고개는 동네의 조그마한 분수령(分水嶺) 격이어서 빗물은 양쪽으로 서로 나뉘어 흐르지만 사람들은 여기서 합친다 잡살고개는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심심하지가 않다. 잡살고개 : 대구 북구 복현동의 ‘잡살고개’는 옛날 관군이 반군을 작살냈다는 데서 유래돼 ‘작살고개’로 2006년 명칭이 변경 됨. 칠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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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강산면옥(江山麵屋)시(詩)/상희구 2018. 5. 22. 21:42
배로 갈아 옇었나 능금을 갈아 옇었나 냉면 육수라 카마 대개 사골 고안 국물이라 지름끼가 찌이 가주고 비리닉닉할 낀데 냉면 국물 맛이 쌉상하이 시원코 깔꿈항 기이 희안녹쩐디기 구마는, 난생처음 평양냉면 맛을 본 대구사람들 말이다 점심시간마 대마 평양냉면 맛에 질 딜인 대구사람들로 창시가 터지두룩 강산면옥이 복잡다 카는데 서양늠들이 동양에 쳐들어올 때 대포 대신에 커피로 앞시얏다 카디이 안 그래도 돈벌이 하는 데는 구신 소리를 듣는 이북사람들이 평양냉면을 앞세야 가주고 대구 돈, 다 뽉아간다는 소문이 대구빠닥에 칠락팔락했다 강산면옥(江山麵屋) : 대구 중구 교동길 27-8 강산백화점 3층 6.25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4후퇴 때 송익두, 원두일 부부가 평양에서 대구로 피난을 와서 서문시장 솥점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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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달성공원 (達城公園)시(詩)/상희구 2018. 5. 22. 21:11
달성공원은 대구시민의 "희망발전소"다 살림살이는 째이쌓고 이래저래 되는 일은 없고 모등기 짜증시럽을 때 누가 '달성공원에 가자' 그카마 갑재기 힘이 불끈 솟는다 납딱보리밥에다 미리치젓갈이 포오옥 절이삭은 정구지짐치 겉으마 점섬 도시락으로는 그마이고 거게다가 계란 및 개 고구마 및 개씩 삶아 옇고 삭한 감, 능금 및 개만 있이마 소풍 꺼리로는 일등이다 가실 단풍이 좋은데 발씨로 공원 안은 인산인해다 군위(軍威) 효령(孝令)서 온 할매는 할배로 찾아쌓고 예천(醴泉) 감천(甘泉)서 코끼리 보로 온 아지매는 잊아뿐 알라로 찾아서 날리가 났고 저어 멀리 울진(蔚津)서 온 아재씨는 공원 구석구석 귀경 다하고 나갈 구녕을 못찾캤다 카민서 허둥거리쌓는다 '미아보호소'라 카는데는 발씨로 에미 에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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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비름나물시(詩)/상희구 2018. 5. 22. 20:17
도시 처녀가 시금치나물이라 카마 비름나물은 수더분한 촌색씨다 짜박짜박 낋인 강딘장, 참지름 약간의 꼬치장은 필수, 비름나물은 반드시 뜨신 보리밥에 비벼 먹어야 지맛이 난다 꼬치장은 밥을 비빌 때에 넣어도 좋다 역시 조몰락 조몰락 무치는 엄마 손맛도 아주 중요하다 꿉은 강고두에나 강칼치가 한 동가리만 있이마 좋은 기이 앙이고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옛날 우리네 엄마들이 바가지에다 비빈 비름나물 비빔밥에다가 꿉은 고두에 대가리를 한 손에 들고서 양 엄지손가락을 번갈아 샛바닥으로 빨아가민서 고두에 대가리를 발가 자시던 모습이 어제 겉다 짜박짜박 낋인 : 된장 국물이 묽지 않게 자작자작하게 끓인 된장 지맛이 난다 : 제맛이 난다 강고두에 : 간고등어 발가 : 생선 뼈 같은 것을 추려서 살만 발라서 먹을 때의 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