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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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 나의 노래는시(詩)/신석정 2015. 4. 30. 14:52
나의 노래는 라일락꽃과 그 꽃잎에 사운대는 바람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너의 타는 눈망울과 그 뜨거운 가슴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저어 빨간 장미의 산호빛 웃음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항상 별같이 살고파하는 네 마음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흰 나리꽃이 가쁘도록 내쉬는 짙은 향기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꽃잎이 서로 부딪치며 이뤄지는 죄 없는 입맞춤 속에 있다. 나의 노래는 소쩍새 미치게 우는 어둔 밤엘랑 아예 찾지 말라. 나의 노래는 태양(太陽)의 꽃가루 쏟아지는 칠월(七月) 바다의 푸르른 수평선(水平線)에 있다. (그림 : 김동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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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 자작나무 숲을 가던 소년을 위한 시시(詩)/신석정 2014. 1. 26. 14:11
자작나무 숲길을 한동안 걸어가면 자작나무 숲 사이로 자작나무 이파리보다 더 파아란 강물이 넘쳐 왔다. 자작나무숲 아래 조약돌이 가즈런히 깔려있는 강변을 한참 내려다보던 少年은 자작나무 숲 너머 또 구름 밖에 두고 온 머언 먼 고향을 생각해 보았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대로 눈부신 太陽의 噴水 속에 하이얀 피부를 드러낸 채 강바람에 숨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少年은 제 심장의 고동으로 착각했다. 그때 少年의 心臟도 자작나무보다 더 혼란스럽게 뛰는 것을 少年은 알았다. 이윽고 少年은 강변으로 내려왔다. 자작나무 숲을 빠져 강변으로 내려온 少年의 발길은 어찌 그렇게도 무거웠는지 少年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러기에 少年은 강물줄기를 타고 그 아리잠직한 제 꿈과 생시가 도도히 실려가는 강물을 보는 것이 더 서러웠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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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시(詩)/신석정 2014. 1. 26. 13:55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으십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우에는 인제야 저녁안개가 자욱히 나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뚝을 거쳐서 들려오던 물결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가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