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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 자작나무 숲을 가던 소년을 위한 시시(詩)/신석정 2014. 1. 26. 14:11
자작나무 숲길을 한동안 걸어가면 자작나무 숲 사이로
자작나무 이파리보다 더 파아란 강물이 넘쳐 왔다.
자작나무숲 아래 조약돌이 가즈런히 깔려있는 강변을 한참 내려다보던 少年은
자작나무 숲 너머 또 구름 밖에 두고 온 머언 먼 고향을 생각해 보았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대로 눈부신 太陽의 噴水 속에
하이얀 피부를 드러낸 채 강바람에 숨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少年은 제 심장의 고동으로 착각했다.
그때 少年의 心臟도 자작나무보다 더 혼란스럽게 뛰는 것을 少年은 알았다.
이윽고 少年은 강변으로 내려왔다.
자작나무 숲을 빠져 강변으로 내려온 少年의 발길은 어찌 그렇게도 무거웠는지 少年은 알 길이 없었다.
그러기에 少年은 강물줄기를 타고
그 아리잠직한 제 꿈과 생시가 도도히 실려가는 강물을 보는 것이 더 서러웠다.
해가 설핏했다.
노을은 연꽃빛으로 곱게 타다간 또 사위어 갔다.
구름들이 모두 저희들의 고향을 찾아가노라고 분주한데
벌써 하늘에는 별들이 죽순처럼 촉촉 솟아 나오는 것을
少年은 강변을 걸어가면서 바라보았다.
별을 바라보던 少年은 문득 어머니를 불러 보았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어머니를 부르며 바라보는 하늘과 별은 한결 아스므라했다.
少年의 가슴속에 어머니가 살 듯 어머니의 마음속에 少年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아득한 별 속에 少年은 있었다.
少年의 마음속에 별들은 있었다.
자작나무를 스쳐오는 푸른 강바람은 少年의 머리칼을 자꾸만 흩날리고 있다.
마치 눈같이 하이얀 白馬의 갈기가 五月바람에 자꾸만 날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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