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봉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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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쌍용에는 고래가 산다시(詩)/서봉교 2022. 2. 4. 22:58
영월군 (구)서면 쌍용리에는 한 달에 네 번 하나로마트에서 목요일에만 공병을 받는 날이있다 아무리 바쁜 날이라도 마을 골짜기 골짜기에서 골골이 삽둔,무동,후탄,창원리,장장골,멍앗 그리고 방산미까지 빈술병을 싣고 공병을 핑계삼아 쌍용장에 오는 나그네들 농협 마당에 쌓이는 공병의 양을 보면 모르긴 몰라도 분명 이곳은 바다는 없는데도 고래가 사는 것이 확실한데 아기 돌고래인지 새끼 고래인지는 모르지만 그 커다란 덩치를 어디다 잘 숨기고 홀짝 홀짝 이슬을 먹고 사는지 오래전 두고 온 바다가 그리워 인간(人間)들 몰래 달래는 슬픔을 이슬 속에서 찾는 건 아닌지 오늘 저녁 곰곰이 생각해 볼일이다 (그림 : 김종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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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황태시(詩)/서봉교 2021. 2. 15. 16:51
내가 한때는 오대양 육대주 태평양 시린 파도를 가르며 잘나가던 내 청춘의 운행을 잠시 멈춘 것은‘ 옆집 마실 가다가 주문진 어부 김 씨의 그믈에 걸리면서였지 전라도 어느 염전에서 왔다는 그 짜가운 굵은 왕소금 세례에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은밀한 속까지 할복 당해 푹 쏟아 놓고 산판에서 힘쓰던 뼈만 남은 트럭에 실려 간 용평의 황태덕장 서정주시인은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 이였다고 했지만 나를 이 꼴로 만들어 가는 것은 순전히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오던 그 거센 바람 눈 비 맞아 가며 고드름도 붙여 가며 강원도의 기나긴 겨울을 나고 난 후 우리들은 하나 둘씩 자대 배치를 받는다. 구이부대, 안주부대 해장국부대 난 운이 좋아 용케 예쁜 비닐 옷 곱게 차려 입고 어느 마트에 누웠더니 원주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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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짜개라는 의미시(詩)/서봉교 2020. 11. 18. 18:50
어린 시절 집 앞 강에서 잠수를 하면 꼭 들려보는 짜개 그 곳은 늘 쏘가리집이였다 한 마리 찌르고 나서 다음에 가도 꼭 돌 세간에 붙어있는 쏘가리 우린 쏘가리 바위라 부르기로 했지 짜개도 사람으로 말하면 쉼터라고나 할까 저 강물 속에도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어 강한자만이 아니 쉬고 싶은 자만이 짜개에 몸을 넣는가 보다 열 서너 살 때 본 짜개인데 나도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내 몸도 이젠 짜개가 그립다 아니 쏘가리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잡아먹을 사람이야 있겠냐만은 짜개에 몸을 쉬고 싶다는 것은 폭풍과 장마에 시달린 탓도 있겠지만 그런 바위가 다 사라져 가는 요즘 사람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짜개 하나 만들어 놓고 싶은 것은 아닌지 오늘 저녁 곰곰이 찾아 볼 일이다. 짜개: 물속에 갈라진 바위틈을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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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당신이 이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시(詩)/서봉교 2020. 9. 15. 18:42
가끔은 당신이 나에게 가까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생각이 날때마다 내가 시간이 허락될때마다 한 시간 이내로 달려 올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단 십분을 보더라도 함께 식사 할 시간이 부족하여 눈 인사로 홍차를 한 잔 하더라도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공간을 달리 하더라도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 행복하고 늘 감사하며 사랑 할 수 있는 당신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당신이 나에게 가까운 이 도시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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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까분다는 것은시(詩)/서봉교 2020. 5. 29. 17:26
까불까불 까분다는 것은 남의 부에를 질러 맞을 짓을 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평생 농사짓고 산 어머니는 그 까분다는 말의 의미로 여지껏 가족들 먹여 살리셨지 참깨 털고 들깨 털고 콩타작 벼타작 해서 풍차가 없던 시절 짜가리까지 밤늦도록 키로 까불던 어머니 손 가끔 오줌을 싸면 뒤집어쓰고 갈 옆집이 멀어서 그 짓은 못했어도 친척 아무개 바람병 나면 키를 삶아 먹으라고 거져 내어 주면서 허허 웃으셨지 세상에 바람병에는 바람 일으키는게 약이라고 참 여러 사람 살리셨지. (그림 : 박연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