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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 짜개라는 의미시(詩)/서봉교 2020. 11. 18. 18:50
어린 시절 집 앞 강에서 잠수를 하면 꼭 들려보는 짜개
그 곳은 늘 쏘가리집이였다
한 마리 찌르고 나서 다음에 가도
꼭 돌 세간에 붙어있는 쏘가리
우린 쏘가리 바위라 부르기로 했지
짜개도 사람으로 말하면 쉼터라고나 할까
저 강물 속에도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어
강한자만이 아니 쉬고 싶은 자만이
짜개에 몸을 넣는가 보다
열 서너 살 때 본 짜개인데
나도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니
내 몸도 이젠 짜개가 그립다
아니 쏘가리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잡아먹을 사람이야 있겠냐만은
짜개에 몸을 쉬고 싶다는 것은 폭풍과 장마에
시달린 탓도 있겠지만
그런 바위가 다 사라져 가는 요즘
사람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짜개 하나 만들어 놓고 싶은 것은 아닌지
오늘 저녁 곰곰이 찾아 볼 일이다.
짜개: 물속에 갈라진 바위틈을 뜻하는 강원도 말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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