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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때는 오대양 육대주
태평양 시린 파도를 가르며
잘나가던 내 청춘의 운행을 잠시 멈춘 것은‘
옆집 마실 가다가
주문진 어부 김 씨의 그믈에 걸리면서였지
전라도 어느 염전에서 왔다는
그 짜가운 굵은 왕소금 세례에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은밀한 속까지 할복 당해
푹 쏟아 놓고
산판에서 힘쓰던 뼈만 남은 트럭에 실려 간
용평의 황태덕장
서정주시인은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 이였다고 했지만
나를 이 꼴로 만들어 가는 것은
순전히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오던 그 거센 바람
눈 비 맞아 가며 고드름도 붙여 가며
강원도의 기나긴 겨울을 나고 난 후
우리들은 하나 둘씩 자대 배치를 받는다.
구이부대, 안주부대 해장국부대
난 운이 좋아 용케 예쁜 비닐 옷 곱게 차려 입고
어느 마트에 누웠더니
원주 아무개의 아내가 장바구니에 담더니
돼지머리랑 막걸리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그 집 마님 승용차 트렁크에
명주실로 중요한 부위만 가리고
다시 매달려 있더라
날마다 소음도 시끄럽고 멀미도 나고
나
바다에서 나고 이렇게 여기서 마무리 하나보다
국거리로 팔려간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주인댁 출근지로 향하는 불쌍한 내 신세야
차라리 엊저녁 과음한 사람들 해장국속에
청양 고춧가루로 샤워를 하고 싶은 날
그 날이 내가 부러워하는 날
작은 어느 여름 날
삐쩍 마른 나의 건조한 푸념.
(그림 : 김정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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