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상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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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간따바리시(詩)/상희구 2018. 5. 19. 18:10
-기여히 고놈이 일을 저질렀구마는. 글캐 새빅에 지 애비 추럭을 몰고 야시골 재 넘어꺼정 갔다 안 카디요 추럭에다가 사람이라도 칭가았시마 우짤 뿐 했노, 내사마 간이 다 벌렁벌렁 하네 -글케 올개사 재와 여남은 살 묵었다카나 머라카나 안죽 대가리에 피도 안 마린 놈이 간따바리도 크다. 일상적으로 말을 할 때 ‘간 큰 어른’이라고 할 때는 그대로 그냥 통용되지만 아직 어린아이가 덩치에 비하여 아주 간 큰 짓을 했을 때는 고놈 ‘간따바리도 크다’와 같은 표현을 쓴다. *사람이라도 칭가았시마 : 사람이라도 치었으면 *올개사 재와 : 올해(금년)에 들어와서 겨우 *여남은 살 : 열 살 전후 *안죽 : 아직 *대가리에 피도 안 마린 놈 : 갓난아이. 지금 막 엄마 몸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직 머리에 피가 마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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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울진 장날시(詩)/상희구 2018. 5. 19. 17:58
오늘은 울진 장날. 장터꺼래에는 온갖 물화物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는데 할배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온통 할매들 뿐인데다 할매들은 하나같이 서로가 닮아 있었다 곶감 팔러 나온 할매, 울 엄마 같고 강새이 팔러 나온 할매, 울 할매 같고 아욱 팔러 나온 할매, 우리 이모 같고 찹쌀 팔러 나온 할매, 우리 고모 같고 능금 팔러 나온 할매, 우리 장모님 같고 기장 팔러 나온 할매, 우리 처이모님 같고 말란 가재미 팔러 나온 할매, 우리 처고모님 같고 홍시 팔러 나온 할매, 우리 숙모님 같고 연근 팔러 나온 할매, 우리 백모님 같고 외숙모님 같고, 당숙모님 같고 종이모님 같고, 재종고모님 같고 처종이모님 같고, 처종고모님 같고 왕고모님 같고, 내외종 누님 같고 다시 깐 밤 팔러 나온 할매, 울 엄마 같고 다시 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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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약전골목시(詩)/상희구 2018. 5. 19. 16:49
어데 묵은디 부잣집에 오래 묵은 조선간장 땔이는 포근하이 짭쪼롬한 냄시 겨울 안방에 눌누리하게 뜨끈뜨끈한 구둘묵서 풍기는 훈훈한 사람 냄시 섞인 구수한 미주 띄우는 냄시 머든지 주기만 할라 카시는 우리 할매 냄시 이모 고모 냄시 아, 진짜 대구의 대표 냄시, 대구 약전골목의 인심 좋은 사람겉은 초지역의 안온하민서 누굿하고 따따무리한 한약 냄시. 약전골목 : 대구 약전골목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령시로 약 350년 전으로 추정하며 이조 효종(孝宗 1650~1659)때부터 경상감영 안 객사 주변에서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열렸던 계절시장이었다. 약재가 주로 봄과 가을에 채취 수확되었으므로 일 년 중 춘령시(春令市:음력2월 초하루부터 그믐까지)와 추령시(秋令市:음력 동짓달 초하루부터 그믐까지)로 두 번 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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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영필이 아재시(詩)/상희구 2018. 5. 19. 16:46
영필이 아재는 우리 동네 보배다 일 잘하는 이장(里長)이사 따로 있지마는 이장 우에 영필이 아재가 있고 이장 밑에 영필이 아재가 있다 손재주가 좋은 데다 마실에 일이 생길 때마즁 일 두랑(斗量)하는 두릴빵수가 남다리다 누구네 집 위양깐 허물어진 것도 훗딱 해치얐뿔고 어는 집에 전기가 나갔다 캐도 뚜끼비집을 손본다, 소겠도로 만진다 캐쌓아민서 그렁 것도 훗딱 해치야뿌는 영필이 아재다 수막골 골목 끄티이 사는 순딕이네 막내이 알라가 밤에 자다가 곽중에 토사곽란을 만냈는지 죽는다, 산다 이문가문할 때 그 오밤중에 삼십 리 밖 성내의원꺼정 업어다 날란 것도 영필이 아재고 언젠가 아릿동네 봇도랑 우, 한도랑에 큰물이 났일 때 온통 뚝방이 무너진 거로 동네 청년들 및이 불러서 한 서너 달 웃째웃째 하디이마는 고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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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시(詩)/상희구 2018. 5. 19. 16:37
늦은 밤 군고구마 장사하는 최 영감 가게 리야카의 카바이트 등불이 까불락까불락 해쌓능 거 보이끼네 인자아 카바이트 약이 다 됬는 갑다 카바이트 약이 다 됬다능 거는 군고구마 장사, 가게문 닫을 때가 됐다는 신호 아까부터 근처에서 어슬렁어슬렁 쭈삣쭈삣하던 사람들을 보고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이 ‘아, 어서 오소, 어서 와 이거 식으마 파이라 카이’ 카민서 최 영감이 고구마 꿉는 도라무깡 뛰끼를 열고, 꿉다가 남은 군고구마를 마카 꺼내고는 쭈우욱 둘러섰는 사람들한테 및 개썩 가린다 주변에 있는, 지때 때를 못 챙기고 있던 노숙하는 이, 고학생들에게 이를테마 공짜로 군고구마 재고(在庫) 떨이를 하는 거이다 꼭 이때만 되마 있는 행사다 - 잘 묵고 갑니데이 - 잘 묵고 갑니데이 모도들 고맙다는 인사가 째진다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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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묵시(詩)/상희구 2016. 12. 3. 14:01
옛날 이부제 큰일에 푸마씨 음석으로는 주로 단술, 잡채, 묵 같은 거로 했는데 그 중에 묵을 기중 마이 했다 묵이 마시실라카마 첫째로 묵은 차바야 한다 묵이 떠뜨무리하기나 미적지건하마 그 묵은 못 씬다 두째로 묵은 탱글탱글 야물어야 한다 (묵을 썰라꼬 칼을 묵에다 갔다댔을 때 묵이 너무 야물어 가주고 칼이 한 발이나 우로 팅기오리마 그 묵이 채곤기다) 끝으로 묵맛은 양념장이 받쳐 줘야 하는 것이다 저렁에다가 다진 마늘, 맵싹한 고치가리를 풀고 창지름이 두어 빠알 자청파를 쫑쫑 썰어 넣어마 그마이다 이 오동지섣달에 이가 시리도록 찬 묵사발을 퍼먹는데 어쩌다가 양념장에서 자청파의 하얀 뿌리이 쪽, 한 쪽이 어금니에 씹힐라치면 알싸한 파향이 입안 가득 번지민서 연두빛의 봄날을 서너 달은 앞댕기는 것이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