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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시(詩)/상희구 2018. 5. 19. 16:37
늦은 밤
군고구마 장사하는 최 영감 가게
리야카의 카바이트 등불이
까불락까불락 해쌓능 거 보이끼네
인자아 카바이트 약이 다 됬는 갑다
카바이트 약이 다 됬다능 거는
군고구마 장사, 가게문 닫을 때가
됐다는 신호
아까부터 근처에서 어슬렁어슬렁
쭈삣쭈삣하던 사람들을 보고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이
‘아, 어서 오소, 어서 와
이거 식으마 파이라 카이’
카민서
최 영감이 고구마 꿉는 도라무깡 뛰끼를
열고, 꿉다가 남은 군고구마를 마카
꺼내고는
쭈우욱 둘러섰는 사람들한테
및 개썩 가린다
주변에 있는, 지때 때를 못 챙기고
있던 노숙하는 이, 고학생들에게
이를테마 공짜로 군고구마
재고(在庫) 떨이를 하는 거이다
꼭 이때만 되마 있는 행사다
- 잘 묵고 갑니데이
- 잘 묵고 갑니데이
모도들 고맙다는 인사가 째진다
까불락까뿔락 하던 카바이트 불이
갑재기 작아지미 까불까불
춤을 추쌓티이
불꽃이 확 한 분 크게 솟꿀라오리디이
그단새 포로소롬해지민서
탁 꺼졌다
갑빠천으로 된 덮개로 고구마 꿉는
도라무깡을 덮고는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이 질을 나선다
한쪽 다리를 짜족짜족 저는데,
짤룸거리민서 어둑어둑한 불빛 속으로
지워져 가는 군고구마 장사 최 영감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구나!
(그림 : 김승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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