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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약전골목시(詩)/상희구 2018. 5. 19. 16:49
어데 묵은디 부잣집에
오래 묵은 조선간장 땔이는
포근하이 짭쪼롬한 냄시
겨울 안방에
눌누리하게 뜨끈뜨끈한
구둘묵서 풍기는
훈훈한 사람 냄시 섞인
구수한 미주 띄우는 냄시
머든지 주기만 할라 카시는
우리 할매 냄시
이모 고모 냄시
아, 진짜 대구의 대표 냄시,
대구 약전골목의
인심 좋은 사람겉은
초지역의 안온하민서
누굿하고 따따무리한
한약 냄시.
약전골목 : 대구 약전골목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령시로 약 350년 전으로 추정하며 이조 효종(孝宗 1650~1659)때부터 경상감영 안 객사 주변에서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열렸던 계절시장이었다. 약재가 주로 봄과 가을에 채취 수확되었으므로 일 년 중 춘령시(春令市:음력2월 초하루부터 그믐까지)와 추령시(秋令市:음력 동짓달 초하루부터 그믐까지)로 두 번 열렸었다. 지금으로 보면 조선시대 국가가 추진했던 국책사업인 것이다. 1906년 읍성이 해체되고 1908년 객사가 사라지면서 상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중부경찰서로부터 중부경찰서와 센츄럴호텔에 이르는 당시로는 가장 폭이 넓었던 종로 부근으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냄새라는 말과 비슷한 말의 대구방언으로 냄시와 내미라는 말이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른 것으로 미세하게 구분되는데 예를 들면 ‘약 냄시가 난다라든가’. ‘고기 굽는 냄시가 난다’와 같이 순간적으로 냄새를 맡았을 경우에의 ‘냄새’를 말하는 것과 ‘어데서 퀴퀴한 내미가 난다’ ‘방에서 홀아비 내미가 난다’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딘가에 배어 있었음직한 냄새를 내미라고 하는 경우인 것이다. 이를 시간 경과가 오래된 것으로 구분하면 냄새 - 냄시 - 내미의 순서가 되는 것이다.
*땔이는 : 달이는
*짭쪼롬한 : 약간의 짠맛이 느껴지는
*눌누리한 : (온돌방 같은 데에)약간의 눗는 내가 느껴질 정도로 뜨끈뜨끈한
*따따무리한 : 다문다문 따스하게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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