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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구 - 영필이 아재시(詩)/상희구 2018. 5. 19. 16:46
영필이 아재는 우리 동네 보배다
일 잘하는 이장(里長)이사 따로 있지마는
이장 우에 영필이 아재가 있고
이장 밑에 영필이 아재가 있다
손재주가 좋은 데다 마실에
일이 생길 때마즁
일 두랑(斗量)하는 두릴빵수가 남다리다
누구네 집 위양깐 허물어진 것도 훗딱
해치얐뿔고 어는 집에 전기가 나갔다 캐도
뚜끼비집을 손본다, 소겠도로 만진다
캐쌓아민서 그렁 것도 훗딱 해치야뿌는
영필이 아재다
수막골 골목 끄티이 사는 순딕이네
막내이 알라가 밤에 자다가 곽중에
토사곽란을 만냈는지 죽는다, 산다
이문가문할 때 그 오밤중에 삼십 리 밖
성내의원꺼정 업어다 날란 것도 영필이
아재고 언젠가 아릿동네 봇도랑 우,
한도랑에 큰물이 났일 때 온통 뚝방이
무너진 거로 동네 청년들 및이 불러서
한 서너 달 웃째웃째 하디이마는 고만에
말짱하이 고쳐놨지렁, 모도가 하는 말이
‘관처(官廳)어서 손 본 것보다 더 낳구마는’
캐쌓알 정도다
동네에 한창 가물이 들어서 논바닥이 모도
뱃짝 말라붙었을 지경꺼정 됐을 때 동네에서
잘 내띠는 또출네 할배가
- 아이고 날이 이맇기 가문데 영필이는
어데 가서 머하노? 하늘에다 축수(祝手)해서
비나 좀 니리두룩하지, 카는데
또출네 할배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곽중에 하늘에서 천둥 벼락이 치쌓티마는
및날 및칠이나 비가 흥거이 와서
동네 가뭄이 해결된 것이다
또출네 할배가 또 내띤다
- 흥 아모래도 영필이는 우리 동네로 봐서는
하늘에서 내리보낸 사람이구마는!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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