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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빈 마당을 볼 때마다시(詩)/장석남 2014. 1. 15. 14:51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그림 : 오견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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