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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 소래라는 곳시(詩)/장석남 2018. 12. 29. 10:38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붉은 얼굴로
뭉클하게 옆구리에서 만져지는 거기
바다가 문병객처럼 올라오고
그 물길로 통통배가
텅텅텅텅 텅 빈 채
족보책 같은 모습으로 주둥이를 갖다댄다
잡어떼, 뚫린 그물코, 텅 빈 눈,
갈쿠리손, 거품을 문 게
풀꽃들이 박수치는지
해안 초소 위로 별이 떴다
거기에 가면 별이 뜨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별에 눈맞추며 덜컹대는
수인선 협궤열차에 가슴을 다치지 않으려면
별에 들키지 않아야 한다
가슴에 휑한 협궤의 터널이 나지 않으려면(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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