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홍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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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다시 보길도에서시(詩)/홍해리 2014. 10. 17. 18:55
노화도 이목에서 맑은 물로 마음 한번 헹구고 청별나루에 내리면 이별을 안고 맞는 적자산 이마 아래 젖은 머리 쳐들고 꺼이꺼이 꺽꺽꺽 우는 물결아 발목 잡고 매달리는 푸른 치맛자락도 예송리 바닷가 검은 자갈도 중리 맑은 모래밭이나 선창바다도 팽나무 감탕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가슴마다 못을 박고 사는 일이 결국 슬픔을 준비하는 바람인가 부용동 동백꽃도 숯불 같은 가슴만 태우며 떠나가고 룰룰룰 루루루루 자르륵 짜르륵 울며 불며 보길도가 가슴에 뜨네. (그림 : 이현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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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참꽃여자시(詩)/홍해리 2014. 10. 17. 18:52
1 하늘까지 분홍물 질펀히 들여 놓는 닿으면 녹을 듯한 입술뿐인 그 女子. 2 두견새 울어 예면 피를 토해서 산등성이 불 지르고 타고 있는 그 女子. 섭섭히 끄을리는 저녁놀빛 목숨으로 거듭살이 신명나서 피고 지는 그 女子. 3 무더기지는 시름 입 가리고 돌아서서 속살로 몸살하며 한풀고 살을 푸는 그 여자. 눈물로 울음으로 달빛 젖은 능선따라 버선발 꽃술 들고 춤을 추는 그 여자. 4 긴 봄날 타는 불에 데지 않는 살 그리움 또아리튼 뽀얀 목의 그 여자. 안달나네 안달나네 천지간에 푸른 휘장 아파라 아파라 바르르 떠는 이슬구슬 그여자. 5 바람처럼 물길처럼 넋을 잃고 떠돌다 눈물 뚝뚝 고개 꺾고 재로 남는 그 女子.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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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통도사 가는 길시(詩)/홍해리 2014. 10. 17. 18:46
통도사 가는 길은 달과 물과 바람의 길 달빛을 타고 가는 달빛일렁그림자다리 물길 홀로 건너가는 맑은물흐름다리 바람을 타고 가는 춤추는바람다리를 건너 착한 사람 사는 나라를 찾아가는 길 이승의 티끌 모두 벗어 버리고 연꽃 속 부처마을 찾아가는 길 달 따라 물길 따라 바람길 따라 통도사 봄꽃 필 때 찾아갔더니 구름 떼로 모여든 못난 꽃들이 적멸보궁 앞뜰의 거울 앞에 서서 잘난 얼굴 허공에 비춰 보고 있네 등 뒤의 오동나무 보랏빛 꽃등 밝혀 영취산 그림자를 묵묵히 지우고 있는데. 통도사의 月影橋, 淸流橋, 無風橋, 善子橋를 풀어 썼음. (그림 : 곽호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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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 물치항에서시(詩)/홍해리 2014. 10. 17. 18:31
물치항으로 오는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었다 흰 도라지꽃이 자주꽃과 얼려 더덕꽃 종소리를 맞고 있었다 코스모스가 길이 되어달라고 도라지꽃이 길이 되어달라고 너에게 꽃 한 송이 울려 보낸다 이 꽃이 너의 눈가에 닿아 눈물 한 방울 맺게 하거든 나의 슬픔이 온 것이라 여겨다오 밤새도록 너에게 허기가 져서 속마음까지 가는 길 너무 멀어서 문밖에서 하릴없이 철썩이다가 혀 빼물고 울다 맺힌 눈물꽃이라 물치항 바다는 밤새 말하더라고 물치항 파도는 밤새 외치더라고. (그림 : 김주형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