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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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음떡과 양떡시(詩)/유안진 2014. 8. 13. 17:35
떴다 떴다 무지개 떡 정절부인 정 절편 다리 아프다 선 돌떡 올까 했는데 가래 떡 처녀 부끄러 고추 떡 인정 붙는다 인절미, 흐실부실 홀아비 떡, 청상 과수댁 백설기떡 생일날의 수수팥떡, 둥글둥글 호박떡, 잇몸이 먹는 무 버무리 혀로 먹는 호박범벅, 수군수군 수수범벅 정월달의 흰떡 가래, 이 월달은 무시룻떡, 춘삼월은 쑥개떡, 사월달은 화전떡, 오월단오 술떡, 유월 유두의 밀개떡, 칠월 칠석날 부침개떡, 팔월 보름의 달송편, 구월중구의 국화떡, 시월 상달의 시루떡, 동지 날의 팥죽새알떡, 섣달에는 인절미떡 하고 많은 떡 중에도 시루떡은 음떡이고 인절미는 양떡이었다 진칫날의 별식 떡이나 제삿날의 조상 떡도 밑에 고여 놓는 크고 넓적한 떡은 음떡이었고 위에 올려놓는 작고 모양 좋은 떡은 모두 양떡이었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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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비 가는 소리시(詩)/유안진 2013. 12. 17. 22:39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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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워시(詩)/유안진 2013. 12. 17. 22:38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황금저택에 명예의 꽃다발로 둘려 쌓여야 만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주는 사람과 얘기 꺼리도 있었노라고 작아서 시시하나 안 잊히는 사건들도 이제 돌아보니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 있었노라 그래서 우리의 지난날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웠노라 앞으로 절대 초조하지 말며 순리로 다만 성실을 다하며 작아도 알차게 예쁘게 살면서 이 작은 가슴 가득히 영원히 느낌표를 채워 가자고 그것들은 보석보다 아름답고 귀중한 우리의 추억의 재산이라고 우리만이 아는 미소를 건네주고 싶습니다 미인은 못 되어도 일등은 못했어도 출세하지 못했어도 고루고루 갖춰놓고 살지는 못햇어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