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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아 예쁜 복사꽃아 마침내 네 분홍저고리 고운 때 묻는 것을 서러움으로 지키거늘 네 분홍저고리 어룽져 바래는 색을 눈물로서 지키거늘 이 봄날 복사꽃 지키듯 내 사랑과 사랑하는 이를 한숨으로 지키거늘. (그림 : 안영목 화백)
눈이랑 손이랑 깨끗이 씻고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깜짝 놀랄 만큼 신바람 나는 일이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아이들이 보물찾기 놀일 할 때 보물을 감춰 두는 바위틈새 같은 데에 나무구멍 같은 데에 행복은 아기자기 숨겨져 있을 거야. (그림 : 신삼선 화백)
내가 배고플 때 배고픔 잊으라고 얼굴 위에 속눈썹에 목덜미 께에 간지럼 먹여 마구 웃기고 또 내가 이처럼 북풍 속에 떨고 있을 때 조그만 심장이 떨고 있을 때 등어리 어루만져 도닥거리는 다사로와라 겨울 햇볕! (그림 : 김영일 화백)
그대 그리운 그리움 흙으로 치면 산만큼 쌓이고 그대 보고 싶은 보구지움 물로 치면 바닷물로 질펀하여도 아껴두기 사랑이라 그 말씀은 아껴두기 무거워라 무거워 더 못 지탱한 서러운 훼절 산은 무너져 사태나고 바닷물 메말라 쓰라린 소금으로 굳는다 해도 아껴두기 정녕 아파라 그 말씀은 아껴두기 (그림 : 차수정 화백)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그림 : 이순자 화백)
그윽히 굽어보는 눈길 맑은 날은 맑은 속에 비오며는 비 속에 이슬에 꽃에 샛별에... 임아 이 온 삼라만상에 나는 그대를 본다. (그림 : 장용길 화백)
견디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불벼락 뙤약볕 속에 눈도 깜짝 않는 고요가 깃들거니 외로운 것은 혼자만이 아니리 저토록 황홀하고 당당한 유록도 밤 되면 고개 숙여 어둔 물이 들거니. 유록(黝綠) : 검은빛을 띤 녹색 (그림 : 차수정 화백)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오래오래 마음으로 사모하던 어여쁜 사람을 만날 상 싶다 꾸밈없는 진실과 순수 자유와 정의와 참 용기가 죽순처럼 돋아나는 의초로운 마을에 이를 상 싶다 저 빈 들판을 걸어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아득히 신비로운 신(神)의 땅에까지 다다를 상 싶다. (그림 : 이영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