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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찌르르 전기를 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 아침 수건 위에 내려앉은
빛이 유리를 엇각으로 통과하면서 낸
저런 오색의 빛 같은 것
불에 데거나 탄 자국 같은 것
그것을 보고 무지개라 하지 않고
누가 다녀갔나 하고 생각하는 것
우리는 어찌어찌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좋아하는 자리를 골라
그 자리에 잠시 다녀가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 좋은 사람 데려가기를
이번 생에서는 그리 애쓰지 말기를
다만 다음 생에
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를 대비해
꼭꼭 눌러 그 자리를 새기고 돌아가기를
(그림 : 박상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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