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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를 타야 할까 타지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깊은 밤
역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성이고 있는데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에 책장을 나부끼고 있다
언뜻 보기만 해도 책장 사이로 낙엽이
들어가기도 했다가 나오기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책을 주워들었다
우수수 낙엽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나는 책을 조금 오므렸다
이미 책장 사이로 꽂힌 낙엽들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낙엽들을 읽기 위해 나는 조금만 더 밝은 곳이 필요했다
막차를 타지 않고 부산에 남기로 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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