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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지나가는 바람시(詩)/이병률 2020. 9. 23. 10:08
그때 난 인생이라는 말을 잘 몰랐다
인생이라는 말이 싫었다
어른들 중에서도 어른들이나 입에 달고 사는 말이거나
어쩌면 나이들어서나 의미를 갖게 되는 말인 줄로만 알았으며
나는 영원히 그때가 오게 되는 것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 나한테 인생이 찾아왔다
굉장히 큰 배를 타고 와서는
많은 짐들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이제 앞으로는 그 많은 짐들을 짊어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하나 풀어봐야 한다고 했다
좋은 소식 먼저 들려줄까
안 좋은 소식 먼저 전해줄까
언제나처럼 나에게 그렇게만 물어오던 열한시였는데
예고 한 번 없이 인생이 여기 구석까지 찾아왔다
(그림 : 황재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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