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한 번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얼굴 때문입니다
당신 얼굴에는 딩신의 아버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갑니다
어머니도 유전적으로 앉아 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누구나 그렇듯 얼굴만으로는 고아입니다
당신이 본 풍경과 당신이 지나온 일들이 얼굴 위에서 아래로 차곡차곡 빛납니다
눈 밑으로 유년의 빗금들이 차분하게 지나가고
빗금의 각을 타고 표정은 파도처럼 매번 다르게 흐릅니다
얼굴은 거북한 역할은 할 수 없습니다
안간힘 정도는 괜찮지만 계산된 얼굴은 안 됩니다
당신 얼굴에 나의 얼굴을 닿게 한 적 있습니다
무표정한 포기도 있는데다 누군가와 축축하게 헤어진 얼굴이어서였습니다
당신 앞에서 이유 없이 웃는 사이
나는 당신 얼굴이 되었습니다
나는 하루 한 번 당신과 겹쳐지는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 이영철 화백)
'시(詩) > 이병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률 - 지나가는 바람 (0) 2020.09.23 이병률 - 닮은 사람 하나가 어디 산다는 말이 있다 (0) 2020.09.07 이병률 -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 (0) 2020.02.20 이병률 - 동백 그늘 (0) 2020.02.06 이병률 - 화분 (0) 201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