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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이토록 투박하고 묵직한 사랑시(詩)/이병률 2020. 2. 20. 10:27
허공을 향해 날아갔으나
착지하지 못하는 돌
벼랑 너머로 굴러 떨어졌어도
어디에도 닿지 않고 허공에 매달려 있는 돌
첨벙 소리를 내며 물로 빠졌으나
가라앉지 않고 이리저리 물살로 쓸리는
삼켰으나 넘어가지 않고
목구멍 안애에 머물러 있는 돌
감정을 시작하고 있는지
마친 것인지를 모르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 배가 고프서
더 먼 곳을 생각하고
월요일의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면서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을 이상해한다
멍하니 떠 있던 시소는 아무도 올라타지 않았는데
한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계절의 겨드랑이에 돋아나던 깃털은
어느 날엔가는 자라는 것을 관두었다
발을 땅에 붙이고서는 사랑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완벽한 사랑은 공중에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찌 삶이 비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림 : 예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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