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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률 - 자유의 언덕
    시(詩)/이병률 2020. 10. 30. 16:49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리라

    그러므로 나는

    아무것으로도 이름 부르지 않으리라는 약속을

    당신에게 해야겠다

     

    내가 당신을 불러야 할 호칭은

    이제껏 무엇으로도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이겠지만

     

    형이라 부르면 좋겠으나 형이라 부르지 않겠다

    누나라 불러도 아버지라 불러도 무방하겠으나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겠다

    선생이라 불러 식음(食飮)하는 일의 준비를 한다 해도 좋고

    당신 앞의 쓸 만한 꽃이 되어도 좋겠다 싶지만

    그렇게도 않겠다

     

    사막에 혼자 갔을 때 봤듯이

    그곳의 사라진 돌 바위들과

    그곳에서 사라진 거대한 무덤들과

    그리고 이미 그전에 사라져버린 왕조까지도

    모두 모래가 되었다

     

    사랑을 앞세워

    무엇도 이름하지 않으리라

     

    지금들, 그리고 여러 많은 광채들

    그뿐

     

    무엇이더라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은 그대로 가만있으라

    (그림 : 이흥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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