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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 - 눈 오는 날시(詩)/정양 2015. 5. 20. 17:37
낮잠을 자다가
잘못 걸린 전화를 받는다.
무슨 지랄로 집구석에만 자빠졌느냐,
나잇살이나 넉넉히 들어보이는
술취한 목소리가
해라쪼로 나를
당장 나오라고 한다.
여기는 군산집.
세상에는 지금
눈이 쌓였다고 한다. 눈이
펑펑펑펑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펑펑펑펑 쏟아지던
그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금방 찾아낼 것만 같던 그 목소리는,
눈 내리는 군산집은, 눈 내리는
이 도시의 어디쯤이냐,
술취한 눈을 맞으며
기웃거리는 골목길마다 사람들이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해라쪼로 자꾸만 눈이 내렸다.
(그림 : 정기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