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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양 - 백중날
    시(詩)/정양 2015. 6. 16. 15:24

     

     

     

    호미씻이로 흥청망청한 술멕잇날,

    우물 치고 풍장치고 윷 놀고 막걸리 쏟아 부은 널벅지에 불소주 섞어 훌렁훌렁 휘저으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아무나 와서 한 바가지씩 퍼마시는 백중술,

    풍장치다 윷 놀다 지나가다 아무나 퍼마시다

    에미애비도 쥔어른도 부처님도 몰라보는 게 백중날 머슴술이다

     

    김매기 끝낸 호미씻이를 아무리 요란하게 해도

    이 세상 풀들을 끝끝내 이겨먹을 수는 없다는 걸 머슴들은 안다

    어디 풀뿐이랴, 계집도 세월도 아무리 에미애비 몰라보게 퍼마셔도

    풀 말고도 이 세상에는 이겨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차리며

    머슴들은 한 바가지씩 어정칠월 목숨의 세월의 끈을 축인다

    백중날 : 명절의 하나. 음력 7월 15일로 백종()·중원(), 또는 망혼일()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에 과실과 소채()가 많이 나와 옛날에는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 하여 유래된 명칭이다.

    호미씻이 : 농부들이 연간 농작물 재배의 핵심적인 활동을 모두 마치고, 음력 7월 초중순 무렵에 마을 단위로 날을 정하여 하루를 먹고 노는 잔치이자 의례.

    이것이 호미씻이로 명명된 것은, 일년이라는 영농 주기에서 농작물 재배의 핵심적인 활동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작업이 호미를 이용한 김매기였기 때문이다.

    풍장 : 풍물놀이

    (그림 : 오태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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