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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쩍 마른 강이
하루 새 부쩍 불어 있다
한나절 비가 왔는데
들녘이 한껏 기름지다
둑길 갈대들이 몸 젖어
윤기 있게 출렁이고
출렁이는 제 품새를 웅덩이에 비춰보며
서로를 비벼댄다
내 발길이 그새 갈짓자다
갈대의 거울을 깨고서야
발목이 웅덩이에 물린 것을 안다
어스름 녘에 영산강 둑을 한번 걸어보시라
강과 갈대와 들녘이
어떻게 넘나들며 서로를 중재하고
조정하고 화해하는가를
작은 웅덩이처럼
서로에게 슬쩍 발목만 적시고
그 이상은 밟지 않는
스스로 조심스런 저 길들을
2
그는 내 발목을
옹골지게 불들었다 좋아했지만
나는 그의 중심을 통째로 흔들었고
발밑을 보며 머리를 빗던,
갈대의 물거울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몸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젖은 신발 속에서 강물 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오후였다
영산강(榮山江) : 길이 115.5 km. 유역면적 3,371 km2.
담양군 용면(龍面) 용추봉(龍湫峰:560 m)에서 발원하여 담양 ·광주 ·나주 ·영암 등지를 지나 영산강하구둑을 통하여 황해로 흘러든다.
남서류하면서 광주천(光州川:11.8 km) ·황룡강(黃龍江:45 km) ·지석천(砥石川:34.5 km) ·고막원천(古幕院川:21.4 km) ·
함평천(咸平川:15 km) 등의 지류와 합류한다.
조석(潮汐)의 영향이 나주 부근까지 미쳐 연안 농경지에 하천 범람 ·농토 침식 등의 피해를 주기도 하였으나
1981년 12월에 하굿둑이 축조됨으로써 감조구역(感潮區域)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림 : 한경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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