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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 - 비금도 제비시(詩)/정양 2015. 9. 28. 23:09
비금도 사람들은 집집마다
대여섯 채의 사글세를 놓고 산다 낡은 기와나
스레트 지붕을 인 가난한 집일수록
사글세를 많이 놓지만 시멘트로 지은
높은 집은 인기가 없어
한 채의 사글세도 들이지 못한다
섬마을 오월은 글 읽는 소리로 통통배가 나간다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처마 밑 전깃줄 빨랫줄 문간시렁 담벼락 용마름에서
화음을 이루지 못한 소리가
바닷바람에 간이 배여 오선지를 타고
선왕산으로 날아가 인동초 꽃을 피운다
새끼제비 꽃노래 가득한 오월에는
책거리하는 서당 학동들 목소리도
제비 주둥이를 닮아 노랗다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
비금도에는 훈장님이 따로 없다
세들어 사는 제비들이 다 훈장님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니라
비금도 사람들은 집세 한 푼 받지 못해도
모르는 걸 모른다고 배워 손해 본 적이 없다
바닷바람이 해일을 불러 방파제를 뛰어넘어도
모르는 걸 모른다고 가르치는 제비들도
강남 갈 걱정을 따로 하지 않는다
비금도 : 전남 신안군에 있는 섬비금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이 해안 따라 펼쳐져 있다.
기암절벽들이 바다로부터 섬을 감싸며 곳곳에 빼어난 풍광을 지닌 이 섬은 새가 날개를 펼친 형상이다.
바위 위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줄사다리, 색의 조화가 오묘한 바위들이 홍도의 비경에 버금갈 만한 비금도는 곳곳의 절경에서 느껴지는 감탄과 함께
호젓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섬이다.
동경 126°55′, 북위 34°45′에 위치하며 연평균 기온 14.1℃, 강수량 1,172mm, 면적 48.490km2, 해안선 길이 48.9km, 산높이 220m,
인구는 1,834가구, 3,766명(2013년 기준)이다. 목포에서 58km 떨어진 서쪽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암태, 팔금, 안좌면 그리고 서쪽으로는 흑산면과 마주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연도교가 가설된 도초면이, 북쪽으로는 자은면과 이웃하고 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참으로 이것이 아는 것이다.죽죽 읽으면 흡사 제비의 울음소리 같으므로 옛날부터 제비가 논어를 읽고 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古典小說(고전소설) 흥부전에도 이 말이 戱語(희어)로 등장한다.
이 말은 論語(논어) 위정편에 있는 말로, 孔子(공자)가 子路(자로)에게 한 말이다.
용기가 지나친 제자 자로를 공자가 評(평)하기를, “한 마디로 裁判(재판)의 판결을 내릴 사람은 由(유)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한 자로에게, “由(유)야, 네게 아는 것을 가르쳐 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참으로 이것이 아는 것이다.”
(그림 : 김분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