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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본래 저런 색이던가
눈보라에 휩쓸려 묻어온 하늘이
들판에 하얗게 쌓이고
뒤돌아보면 더 눈부신
눈에 묻혀 사라진 길 위에
내 발자국도 가물거린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채
헛것에 매달려 살다 가는 게
사람의 길이라고
길도 발자국도 사라진 하얀 들판이
천지사방에 어른거린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쓸쓸하니 가버린다는 것을
하늘보다 먼저 잽싸게 알아버린 눈보라가
길 잃어 우두커니 서 있는 백발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지나간다(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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