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홍성란
-
홍성란 - 따뜻한 슬픔시(詩)/홍성란 2016. 6. 22. 15:08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告)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숫눈길(명사) : 눈이 와서 쌓인 뒤에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그림 : 장용길 화백)
-
홍성란 - 벙어리 울음강(江)시(詩)/홍성란 2016. 5. 20. 13:00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슬퍼할 줄 안단 말이냐 팔 벌려 환히 웃던 내 마지막 아버지, 다시 올 수 없는 먼길 떠나시고 울음은 죄이라 울음은 죄이라서, 베인 살 파고드는 소금강(江) 흐른다 입동 무렵 저녁강(江), 벙어리 울음강(江) 붉게 흘려 보낸다 살아 생전 효도하라 누가 먼저 말했느냐, 누가 말해버렸느냐 옛사람 그 말 할 줄 몰랐다면 뼛속까지 저리진 않으리 사진 속 아버지 끌어낼 수 있다면, 마흔넷 아버지 마음 외톨이 배고픈 아이는 헤아릴 수 있으리 석류빛 큰키나무 속으로 춥다 춥다 하며 가는 실루엣, 너 무슨 새라 했느냐 (그림 : 김상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