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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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백련사 동백꽃시(詩)/송수권 2014. 1. 12. 11:30
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經)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까지도 들었겠군요 마음의 경(經) 한 구절로 당신도 어느새 큰 절 한 채를 짓고 있었음을 알았겠군요 그렇다면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숯이 된 등신불(等身佛) 이야기도 들어 보셨나요 육보시 중에서도 그 살보시가 으뜸이라는데 등(燈)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채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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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때죽꽃시(詩)/송수권 2013. 12. 28. 10:16
때 거르지 말라고 올해도 때죽꽃이 피었어요. 옷소매를 툭 치고 떨어지는 꽃잎과 꽃잎 사이 미끄러지는 여보란 말, 참 좋지요. 눈물나게 옆구리를 쿡 찌르는 말, 한 숟갈씩 떠먹고 싶은 말, 당신이란 말보다는 이무러워 아슴하지 않아 좋네요. 미운 정 고운 정, 덕지덕지 때묻어 지층처럼 쌓인 말, 채석강 절벽에 가서 절벽 끝 쳐다보고 그 말 처음 들었지요. 고생대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더깨더깨 층을 이룬 말, 파도에 쓸리고 바람에 할퀸 흔적, 때죽나무 흰 꽃들이 바다에 뛰어내리며 나를 불렀어요. 아이구머니, 저 백년 웬수, 암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세웠지요. 마른 염전에 핀 소금꽃같이 짜디짠, 흰죽에도 간을 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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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 산문에 기대어시(詩)/송수권 2013. 12. 9. 18:07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하마터면 이 시는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유성처럼 사라질 뻔했다. 송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