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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수권 - 백련사 동백꽃
    시(詩)/송수권 2014. 1. 12. 11:30

     

    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낭한 경(經)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까지도 들었겠군요

    마음의 경(經) 한 구절로 당신도 어느새

    큰 절 한 채를 짓고 있었음을 알았겠군요

     

    그렇다면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숯이 된

    등신불(等身佛) 이야기도 들어 보셨나요

    육보시 중에서도 그 살보시가 으뜸이라는데

    등(燈)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 채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들

    함부로 밟을 수 없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조심히 접어 목민심서 책갈피에 꽂았더니

    누구의 울음인지 한 획 한 글자마다 낭자한 선혈

    애절양 애절양으로 우는

    동박새 울음이 유난히 슬픈 봄날이었지요

     

    동안거(冬安居)도 끝나고 구강포 겨울 바람이 설치면

    어느 큰 손이 부싯돌을 긋는지

    팍팍 날리는 불티 몇 점도 보셨나요

    그 불길 동백숲에 옮아 붙어 아련한 모닥불로 번질 때

    그 불기운으로 저 정수사 앞 뜰 흙가마 속

    청자수병(靑瓷水餠)이 솟고, 그 수병 속 물길 휘둘러

    강진만에 첫 번째 우리들의 봄이 오고 있었음을

    (그림 : 강종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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