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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거르지 말라고 올해도 때죽꽃이 피었어요.
옷소매를 툭 치고 떨어지는 꽃잎과 꽃잎 사이 미끄러지는 여보란 말, 참 좋지요.
눈물나게 옆구리를 쿡 찌르는 말, 한 숟갈씩 떠먹고 싶은 말,
당신이란 말보다는 이무러워 아슴하지 않아 좋네요.
미운 정 고운 정, 덕지덕지 때묻어 지층처럼 쌓인 말,
채석강 절벽에 가서 절벽 끝 쳐다보고 그 말 처음 들었지요.
고생대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더깨더깨 층을 이룬 말, 파도에 쓸리고 바람에 할퀸 흔적,
때죽나무 흰 꽃들이 바다에 뛰어내리며 나를 불렀어요.
아이구머니, 저 백년 웬수, 암튼,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세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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