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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동 - 달마산 미황사시(詩)/시(詩) 2023. 4. 4. 15:44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소금밭을 걷고 있는 것이 인생이라 하더라도, 차근차근 걸어가야 하겠지요. 걸어서도 안 되면 기어서라도 가야겠지요. 낙타가 아니라 하더라도 거북이처럼 게처럼 저 남쪽 달마산 미황사라는 절집 주춧돌은 거북이와 게랍니다. 이제 막 뻘에서 기어 나오는 다리가 드러나지 않은 거북이와 게랍니다. 다리가 채 보이지 않는 몸의 주춧돌, 게와 거북이, 이놈들은 자기가 나왔음직한 해남 앞바다, 어란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절집 한 채를 메고, 이번 생生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어느 누구도 중심에 막바로 이르지 못하는 법,
여기 동쪽 끝 독도로부터 떠오르는 해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개골산도 달마산도 모두 하나같이 시나브로 적실 것입니다.
사막이라도 , 뻘밭이라도 걸어갈 것입니다.
걸어서도 못 가면 기어갈 것입니다.
빈 몸으로 안 되면 절 한 채 짊어지고 갈 것입니다.
어깨에 지는 짐은 무거울수록 가벼워집니다.
어차피 이번 생을 벗어던질 수 없다면 맞춤한 짐 그대로 지고 가야 합니다.
(그림 : 이종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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