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혁 - 남편이란 것들시(詩)/시(詩) 2023. 3. 31. 07:17
하루는 밥맛이 없다고 죽을 상인 거야
그래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머리라도 잘라서 해주마 그랬더니
어릴 때 엄마가 끓여주던 시래깃국이 먹고 싶대
뭐 어려운 일이라고
삼 년 묵은 된장 풀어서 내놨지
근데 어릴 적 그 맛이 아니래
온갖 것 다 넣고 육수 내서 해줬어
그래도 아니래
들깻가루 넣고 해줘도 아니래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사람 환장하겠는 거야
정성이 없어서 그런대
미치고 팔짝 뛰겠더만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대
씨발놈, 또 쭝병 났네
하도 미워서 화학조미료나 먹고 빨리 뒈져버리라고
미원 쳐넣고 끓여줬어
미원 넣고 음식하면 죽는 줄 알거든
근데 미친 놈이 바로 이 맛이라는 거야
글쎄 눈물까지 글썽이더라고
에라이, 호랭이 물어갈 놈
그러니까 니네 엄마가 사랑과 정성으로
미원 넣고 지성으로 끓여줬고만
아침 저녁으로.
쟤, 언제 엄마 젖 떼니?(그림 : 김성국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기동 - 달마산 미황사 (0) 2023.04.04 박정대 - 카페 아바나 (0) 2023.04.04 류흔 - 봉자 (0) 2023.03.31 김휼 - 슬픔의 바깥 (0) 2023.03.29 김휼 - 목련 촛불 (0) 2023.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