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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대 - 카페 아바나
    시(詩)/시(詩) 2023. 4. 4. 15:12

     

    카페 아바나에 가면 붉은 휘장이 쳐진 무대엔 여섯 명의 악사들이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를 연주하고 무대의 오른쪽 벽엔 체 게바라의 초상이 걸려 있지 마가목으로 만든 테이블엔 루머가 있고 비파나무 의자엔 장 드 파가 앉아 있지 피아노 앞 테이블엔 욜이 홀로 앉아 무대를 바라보지 늙은 가수는 사랑을 노래하지만 우리는 말하지 사랑 같은 건 옛날에 다 했지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우리는 그저 술 한잔 마시기 위해 카페 아바나에 들렀지 늙은 가수 뒤에선 그로쏘랑 루이가 춤을 추네 춤을 추며 말하네 노래 같은 건 옛날에 다 불렀지 카페 아바나에 가면 무대의 왼쪽 벽엔 희미한 가스등이 걸려 있고 야외 테이블엔 항갈망제에 취한 시코쿠가 앉아 중얼거리지 술 같은 건 옛날에 다 마셨지 카페 아바나에 가면 체리 핑크 맘보가 있고 주인장 초이는 카운터에 앉아 가끔씩 존다네 7번 테이블에 앉은 옥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말하지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 졸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잠 같은 건 천년 전에 이미 다 잤지 카페 아바나는 영혼의 동지들이 모이는 곳 아마도 우리는 그저 술 한잔을 마시기 위해 그곳에 들렀지만 거기엔 인생의 친구들이 다 모여 있었지 무대 위 늙은 가수는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지만 우리는 말하지 사랑 같은 건 옛날에 다 했지

    (그림 : 황두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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