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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의자에 손수건이 떨어져 있다
누가 놓고 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손수건은 잃어버릴 때보다
빌려줄 때가 많고
그럴 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 젖은 채로
온통
하얗다
그런 말을 하며 노인이 걸어나간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눈뭉치처럼 한참을 웅크리고 있던
손수건을
나는 계속해서 짜낸다
오르간 소리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상상해 보면서
(그림 : 이영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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