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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밝은 - 애월(涯月)을 그리다 16시(詩)/시(詩) 2022. 12. 9. 15:50
차마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은 아파서
바다는 땅을 부르고
땅은 바다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걸까
가로로 세워 보고 세로로 맞춰도 보고
그것도 맘에 안 들면 날카로운 트집으로
욕심껏 상처를 만들면서
서로의 취향에 길들이려고 아우성이었는데
미사여구 하나 없이 심심한 말들만 모아놓은
사전을 읽어주는 것 같아도
세상 어떤 노래보다 어깨 들썩이게 한 사람
마음만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간절해진 시간이 글썽이는 걸까
외침조차 기어이 목으로 삼켜버리고
봉숭아 꽃물 든 손톱 위에나 올려놓고 바라보는 얼굴
손을 뻗어도 끝내 닿지 않는 목숨이 있어
애월,
울고 싶은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건
그 변두리에 내 눈물 모두
묻어놓고 와버려서인가 봐
(그림 : 양준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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