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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수진 - 꽃게
    시(詩)/시(詩) 2022. 12. 9. 16:00

     

    출렁거리는 파도에 맞서

    험난한 인생 살다 보니

    가장 요긴한 물건은 집게였다

    적과 싸우거나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포식자가 나를 공격할 때

    오직 집게만이 언제나 내 편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동고동락을 같이했다

    집게 하나만 있으면

    무섭고 두려울 것 아무것도 없었다

    산만한 해일이 덮치고

    거친 파고가 온 세상을 휩쓸어도

    폭풍 속 소용돌이 한가운데

    고요하고 평온한 안식을 취할 수 있었다

    상대를 한번 꽉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그 근성으로

    움켜쥔 것들이 참 많았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집게 때문에 얻게 된 결과였다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면

    양손에 집게를 번쩍 든 사람들이

    도심 곳곳에서 삐딱한 걸음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서로의 집게를 꽉 물고 있다

    (그림 : 이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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