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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거리는 파도에 맞서
험난한 인생 살다 보니
가장 요긴한 물건은 집게였다
적과 싸우거나 먹잇감을 사냥하거나
포식자가 나를 공격할 때
오직 집게만이 언제나 내 편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동고동락을 같이했다
집게 하나만 있으면
무섭고 두려울 것 아무것도 없었다
산만한 해일이 덮치고
거친 파고가 온 세상을 휩쓸어도
폭풍 속 소용돌이 한가운데
고요하고 평온한 안식을 취할 수 있었다
상대를 한번 꽉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그 근성으로
움켜쥔 것들이 참 많았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집게 때문에 얻게 된 결과였다
주위를 가만히 둘러보면
양손에 집게를 번쩍 든 사람들이
도심 곳곳에서 삐딱한 걸음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놓아야 할 때 놓지 못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양
서로의 집게를 꽉 물고 있다
(그림 : 이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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