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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 화장을 하다가시(詩)/시(詩) 2022. 11. 9. 09:07
나를 그린다
도화지에 덧칠하고 스케치를 한다
눈썹을 달고 콧대를 세우고 도톰한 입술을 그린다
눈가에 시간 들이 주름 사이에 끼었다
내 생각도 그린다
가장 깊숙한 곳에 정점을 그리고
쉽게 지울 수 있는 자리에
방점도 살짝 찍기로 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삐딱한 턱선을 입술을 콧등을 눈썹을 되돌아
수십 번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다시 그린 나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잘 익은 햇살과 바람, 비가 없이도
화장이 될까
내 얼굴에 나를 심는다
한번 (처음) 심은 속눈썹이
더는 자라지 않는다
(그림 : 곽윤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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