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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 '대신' 이라는 말시(詩)/김경미 2021. 10. 27. 18:42
능소화 나팔꽃 가득 핀 화단 앞에서
당신은 우는 얼굴로 몇 번이고 물었다
지난 사람 잊으려
날 대신 만나는 건 아닌가라고
봄가을을 춘추복의 같은 옷으로 생각해본 적은 있어도
두 명의 이름을 하나로 묶어 사랑한 적 없다
여름 더위 속 겨울 추위를 생각해본 적은 있어도
여름에 만난 이름을 겨울에 만난 이름에 겹쳐
사랑한 적 없다
추억에 대한 예의야 있었겠지만
나팔꽃과 나팔을 같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당신은 당신이라는 계절
당신이라는 처음이자 마지막 이름일 뿐
당신을
대신 사랑한 적 없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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